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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의 본질을 꿰뚫는 정수, ESSENCE의 두 작가

동양화의 확장, 선을 통해 구상에서 추상으로

등록일 2020년11월20일 11시47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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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조은, 이재훈·조문기 2인전 개최

극히 이질적인 관계의 상상을 즐긴다

 

<조문기, 다각의 지주 90.9 × 72.7 acrylic on canvas 2019>

 

갤러리 조은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지친 미술 애호가들에게 신선한 공기를 불어넣고자 12월 16일까지 전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이재훈 · 조문기 작가는 사물과 사회의 현상을 분석하고 그 본질을 꿰뚫는 자신만의 특색 있는 화풍으로 잘 알려졌다. 두 작가 모두 중앙대학교에서 미술을 전공한 동문으로 서로의 미술 세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해왔다. 갤러리 조은은 28일간 진행하는 전에서 이재훈 · 조문기 작가의 수작 25점을 선보인다.

 

 

<이재훈, 구르는, 나는, 마주치는 (Rolling, flying, encountering), 420×200cm(500F), 벽화기법, 2020>

 

이재훈 작가는 전통적 동양화라는 ‘회화’에서 조형적 이미지에 집중한다. 그는 회화 작업의 원초적 방식 ‘긁다’에서 출발한 벽화 기법으로 추상회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기존의 구상작업에서의 동양화 기법을 현대미술에서 확장하기 위해 탐구 중인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재현적 추상’으로 작업의 변환을 시도했다. 자신의 작품에 내재한 구상성과 동양화의 정신성을 화면 위에 표현하는 재현 추상은 동양화와 추상회화를 합체하고자 하는 작업이다.

 

 

<이재훈, 간택(簡擇)(Selection), 72×354cm, 벽화기법, 2020>

 

이재훈 작가가 재현하는 이미지는 사회 현실에 대한 단순한 비판이 아니라 실제 상황을 회화의 평면으로 옮겼을 때 나타나는 현상과 관련 있다. 그가 사용하는 프레스코 기법은 평면에서 재생하는 일종의 리얼리티 영상과 같다. 관람객들이 그의 그림을 보고 떠올리고 경험하는 것을 통해 얻는 깨달음은 정통 동양화의 개념을 따라간다. 동양화가 선과 면의 경계에 있으면서 선과 면의 조화를 이루듯이, 작가가 주체적으로 작품세계 안에서 시각언어로 인식을 전달하고 공유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물 흐르듯이 관객에게 넘어간다. 이 과정은 회화의 평면이 입체로 전환하는 것과 같다. 마치 서예의 한자가 그 추상성 때문에 메시지 전달과 동시에 작성자의 심정과 정신적 상황도 전달하는 것처럼 이재훈 작품 속의 선들은 그림이자 동시에 그것을 인식하는 관람객들에게 화면 위에 배열한 이야기로 다가간다.

 

작가는 동양화에서 중요시하는 선의 사용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그 변화의 순간을 직관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붓, 물, 종이라는 회화적 재료를 선택했다. 또한 벽화 작업의 물성(석회)을 유지하고 동양화의 물성(장지)에 합체하려는 시도는 배채법으로 완성했다. 이를 통해 기존의 작업에서 보이던 색감은 과감히 덜어내고 무채색으로의 변환이 이루어졌다. 그가 꼽는 동양화의 정수 산수화에서도 새로운 작업의 영감을 얻었는데, 자연이라는 가상의 공간을 물리적이고 경험적 공간으로 변화시키는 작업을 통해 전통의 탐구를 통한 현대적 재현의 추상작업을 진행한다.

 

이재훈의 작업에 있어서 선은 작업을 완성으로 끌어내는 동양적 감각이다. 작업 행위의 주된 재료인 목탄 대신 붓을 쓴다는 것은 행위의 단순한 변화이지만, 선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는 작가 이재훈에게 있어서는 어느 시점에선가 실현해야 하는 중요한 결정이다. 이번에 선보이는 작품들은 수많은 상상력에서 끌어낸 서사성이 돋보여 관람객들에게 특별한 재미를 더할 것이다.

 

 

<조문기, 대부님 기계장치 타고 내려오신다 162.2 × 130.3 oil & acrylic on canvas 2020>

 

조문기 작가는 시사적 의미를 서사적 방식으로 작품에 담아내는데, 가상의 장면과 이질적인 상황의 재현을 작업으로 끌어낸다. 고전이나 신화, 설화, 음악에서 파생한 창작물에서 주로 영감을 받는 작가의 최근 작품에서는 인간과 도형이 혼재하며 온전치 못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특정 신체 부위가 과장되거나 생략, 변형되어 무언가 불균형한 느낌을 준다. 작품 속 등장인물의 손짓과 분위기로 가상의 사건과 상황이 비언어적 표현으로 극대화한다.

 

근래의 작품에서 조문기 작가는 전설이나 성화, 신화들에서 나타나는 잔인한 이야기를 회화로 엮어냈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신이자 인간이나, 그 대상의 표현은 명확한 형태가 아니라 오로지 작업을 위한 작가의 상상 속 존재들이다. 그의 작품은 개인적 경험에서도 우러나와 가상의 장면과 결합하며, 그 장면을 결정하는 핵심적 코드는 콤플렉스이다. 작가 본인의 어렸을 적 생긴 잠재적 기억과 그것을 끌어내서 반어적으로 표현하는 이중적인 작업을 보이는데, 이번 작품에서는 ‘크로노스 콤플렉스’에 집중했다. <벌초>와 <추락하는 자식을 삼키는 남자>의 테마가 그와 같다. 등장인물은 고대 그리스 로마신화의 크로노스에서 영감을 받았다. 크로노스는 그리스 신화의 제2세대 농경의 신으로, 대지의 여신 가이아와 우라노스 사이에서 태어났으나, 낫으로 아버지를 해하고 우주의 지배자 최고신의 위치에 오른다. 하지만 우라노스 본인도 권좌를 지키기 위해 위협이 되는 자식들이 태아나자마자 삼켜버린다. 작가는 고대 신화를 한국식으로 풀이하여 자식이 낫을 든 것을 보고 불안에 빠져 신화에서처럼 잡아먹는 상황을 그려냈다.

 

 

<조문기, 부정의 컬렉션1, 49.8ⅹ180, oil & acrylic on canvas 2020>

 

이처럼 조문기 작가의 작품 속에서 드러나는 상황은 실제로 눈앞에서 펼쳐지는 것처럼 생생한 표현으로 연출한다. 작품 안에서 과장하거나 비틀어서 표현한 사회적 현상은 유머러스하면서도 무거운 분위기를 풍긴다. 작가는 해석의 여지를 다양하게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그의 작업에서 이야기하는 장면들은 초현실주의적 표현방식으로 담긴 스토리로 강자와 약자의 양면성이 존재한다. 이 양극화의 현상에서 작품의 해석은 관람자의 상상과 관점에 따라 자유롭다.

 

갤러리 조은 서인애 큐레이터는 “얼마 전 한강진역 근처로 갤러리를 이전한 후 다양한 관람객들을 만나고 있다”라며, “다채로운 감성과 예술을 혼합한 이태원과 한남동의 고즈넉한 분위기가 어우러지는 갤러리 조은에서 두 작가가 주는 두 계절의 정수(ÉSSENCE)를 느껴보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ANN

 

자료_갤러리조은

박은비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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