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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타고 와보니 어느덧 그곳에 내가 있었다"

디자이너 고 마영범 2월 14일 별세

등록일 2021년02월14일 11시10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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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을 타고 와보니 어느덧 그곳에 내가 있었다"

고 마영범 디자이너 2월 14일 별세해

 


 

인테리어디자인계에서 굵직한 획을 그은 디자이너 마영범이 2월 14일 별세했다. 마영범 디자이너는 1957년생으로 경희대학교 대학원에서 미술교육학을 전공했다. 소 갤러리(SO Gallery)를 운영했으며 디자이너로서 자신만의 간결한 공간 작업을 펼쳐보였다. 경원대 실내건축과 겸임교수, 대림산업 디자인고문, 서울시 디자인자문위원 등을 거쳤으며, 2009년 한국스타일박람회 예술감독, 2010년 통영12공방 프로젝트와 아모레퍼시픽 설화문화전의 아트디렉터를 역임했고 2011년 광주요디자인컨설팅, CJ FOOD WORLD 마스터플랜 등을 진행한 바 있다. 디자이너의 생전 주요 작업으로는 이영희 매장, Barba, 배상면주가, SHOWCASE, Bar Wha, Trance Lounge WOMB, Rham Gallery, Boon the shop, The Market O, Who’s afraid of Red, 느리게 걷기, 앨리스노래방, 아이라꾸, 르쁘띠꾸르, 천지일가, 오설록 리뉴얼 등이 있다. 평소 별다른 호칭보다는 '디자이너'라고 불리길 좋아하던 고 마영범 디자이너는 회화를 기반으로 간결하면서도 미니멀한 디자인을 선보여왔다. 고인의 빈소는 분당서울대병원장례식장 2호실이며 발인일은 2월16일 09시30분, 장지는 시안추모공원이다.  ANN

 

<고 마영범 디자이너 생전 인터뷰 기사 발췌_ by ANN>

No sooner have I ridden the wind to come and see the place than I am there
바람을 타고 와보니 어느덧 그곳에 내가 있었다

 


 

디자이너와의 만남에는 나름대로 독특한 향기가 묻어난다. 살아온 삶의 방식에 따라 저마다 자신의 매력적인 가치를 빛내고 있기 때문이다. 담론을 펼치는 와중에 서로 간에 일정한 공감대가 형성되면 이야기꽃이 한껏 무르익게 되고 진솔한 이야기들이 거침없이 쏟아져 나온다. ‘지혜의 서’라는 빈 노트를 들고 찾아간 디자이너와의 대화는 평소 너무 잘 아는 디자이너라 그 속에서 도대체 무엇을 찾을 수 있을까라는 의문부호를 슬그머니 내려놓게 만든다. 조용히 읊어대는 삶과 일에 대한 디자이너의 이야기에서 거침없고 다사다난했던 인생 여정에서 이제 막 숨을 돌리고 있는 한 디자이너의 모습을 재발견하게 된다.
국내 인테리어 디자인계에 남다른 혜안으로 커다란 획을 그은 디자이너로 평가되는 디자이너 마영범. 상업공간 디자인의 터줏대감, 디자이너 브랜드 시대를 연 장본인 등 그를 지칭하는 수많은 수식어가 잘 말해주듯 압구정·청담동에 근 200여개가 넘는 상업공간을 디자인한 그다. 가히 상업공간의 트렌드를 이끌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자신이 표현하듯 마치 야생마와도 같이 인테리어 시장에 뛰어들어 동물처럼 몸으로 작업하였던 그였다. 애초 순수미술을 전공하였기에 아티스트의 눈으로 디자인의 황무지나 같던 80~90년대에 앞서가는 디자인을 보여주어 왔던 것이다.

 


 

느림의 가치와 정적의 디자인을 찾다
‘五十而知天命’이라는 논어 위정편의 글귀처럼 하늘의 명을 깨닫게 되는 지천명에 접어들었기 때문일까.

거침없이 달려오던 그의 디자인 행보가 이제 새로운 모습으로 전개되고 있다.

젊은 시절 음악과 유희를 가까이하던 자신의 일상을 그저 충실히 일과 연결시키고자 하였다면, 이제는 좀더 다양하면서도 폭넓은 디자인의 영역으로 옮겨가고자 하는 것이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제도권 하에서 자신을 둘러싼 환경에 지배되고 있다는 사실을 느끼는 가운데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무작정 치열한 전쟁터에서 살아남기 위해 트렌드를 쫓고 만들어가며 고군분투하는 냉엄한 현실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그다.

최고의 명품을 쫓고 최고의 공간만을 만들고자 하였지만

그것은 마치 산꼭대기에 오른 후 막다른 낭떠러지기에 접하게 되는 공허함과도 같다고 마 소장은 표현한다.

연극의 1막3장처럼 막이 내리고 그 다음에 자신은 할 것이 없는 기분이랄까.

이런 끊임없는 자신과의 물음과 고뇌를 통해 이제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가고 있는 것이다.
밤새도록 아주 심한 열병을 앓고 나서 맞게 된 이른 아침녘의 밝은 햇살의 향긋함으로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4~5년 전 병든 몸 때문에 죽음을 직면하게 되면서 디자인이 과연 자신에게 무엇인지, 어떠한 의미가 있는지 곱씹어보게 된다. 디자이너 전시형 소장과 공동으로 작업한 도산공원 앞 ‘느리게 걷기’ 역시 처음으로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작업이었다. 공간 앞에 사람이 있었을 때,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하는 고민을 담고자 하였던 것이다. 세월의 흐름에 따라 덧붙이는 한지조명을 통해 은은한 빛나는 한국적 멋을 찾고 공원의 풍경을 자연스럽게 내부공간과 연결시킴으로써 번잡한 도심의 일상에 느림의 방식을 배워보고자 한 것이다. 공원을 향해 시원스럽게 열려진 공간은 수직의 강렬함으로 더없이 힘이 넘쳐나고 데크의 확장으로 인해 옥외공간은 물론 나아가 공원으로의 풍경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키고 있다. 외부 데크에 놓여진 세 개의 큼지막한 항아리와 길게 창가에 면한 벤치, 내부공간에 한쪽에 자라나는 나무의 자연미, 자연그대로의 물성을 느낄 수 있는 동판과 돌덩어리, 천장과 벽면을 감싸고 있는 한지와 오동나무의 은은한 멋스러움은 저마다 자연적인 여유로움을 선사하고 있다. 사람과 자연이 느린 시간을 만나 휴식을 취하며 느림에 대한 소중한 가치를 다시 한 번 일깨우고자 의도가 담겨있다. 머리가 한 움큼씩 빠지는 병 치료 와중에 맡게 된 한식집 ‘천지일가’ 역시 안동의 병산서원의 만대루의 공간적 분위기를 현대적 해석을 덧붙여 담아내고자 한 것이다. 몸이 아픈 와중이고 현실적인 제약이 많았기에 제대로 표현하질 못했다고 표현하지만 그의 실험적인 시도는 앞으로 전개될 디자인의 변화와 심도를 여실히 반영해주고 있다.

 

인간을 담는 맑고 담백한 디자인
깊은 시련을 겪고 나면 더욱 성숙된다고 하던가. “오십이 되니 이제 나의 건축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라는 어느 건축가의 말처럼 이제 그의 디자인은 커다란 산을 넘고 새로운 세계를 보고 있는 것이다. 디자인의 성숙도라는 다소 거만한 잣대를 들이대보면, 이제 그는 사람을 담는 인간미 넘치는 디자인, 과용하지 않고 적정선을 찾아가는 현자의 디자인을 실천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이치를 완벽히 파악하지 못하였더라도 땅과 장소에 어울리는 적합한 공간철학을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도면 하나를 그리더라도 몰입되어 그 속에 디자이너 자신을 들여보내게 되고, 앞으로 머물게 될 공간사람을 생각하며 그리는 것이다. 
마 소장은 최근 유행하는 스킨건축 또는 표피디자인에 일침을 가한다. 예쁘지 않은 것을 반드시 예쁘게 포장해야한다는 강박관념, 그저 내용은 썩든지 어떠한지 신경쓰지 않고 겉으로 치장하고 마는 포장디자인, 무조건 새로운 것만 쫓아가고 좋은 것으로 인정받는 행태, 과도한 치장으로 혼란스러움을 자극하는 과잉디자인을 비판한다. 이러한 너무나도 반복적으로 재생되는 디자인의 허구성이 작금의 디자인의 위기라는 것이다. 디자인은 일정부분 자신의 본분과 역할을 충실히 이행할 수 있을 때만 더욱 가치가 빛나는 법, 이제 자정의 디자인이 작용해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그런 연유일까. 디자인은 체험에 의해 획득하는 것이지 온라인의 정보에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현재의 반복되고 양산되는 많은 디자인들에 비판의 잣대를 가한다. 과도하게 넘쳐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자칫 뒤쳐질 것 같지만 사이버 세계를 멀리하고 책을 읽으며 MP3방식이 아닌 자신이 소유한 음반으로 음악을 고집하는 그다.

그 속에는 불확실성(엔트로피)이 계속적으로 증가하고 기의가 너무 쪼개져서

기의 없는 기표만이 수도 없이 난무하고 이렇게 떠다니는 기표들이 서로 결합하여 또 다른 의미를 만들어 낸다는

정보이론이 반영된 것이다.


디자이너는 최근의 문화현상 중에 좋은 디자인에 대한 양상이 바뀌고 있는 점을 눈여겨본다. 최근 도심형 미니자전거가 선풍적으로 인기를 끄는 것처럼 이제 자전거는 단순히 운송수단을 넘어 환경을 생각하고 패션과 문화의 가치를 지니고 있다. 더불어 기어와 브레이크가 없는 픽스드 바이크(Fixed Bike)가 뉴욕, 런던, 도쿄 도시인들에게 유행하는 것처럼 디자인 문화양상 또한 원형에 가깝고 효율성을 찾아가는 현상이 중요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공간 디자인 역시 군더더기 없이 디자인의 효율성을 높인 공간이 오랫동안 사랑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제 디자이너가 직접 완성된 것을 보여주기보다는 공간의 중요한 핵심을 찾아 진단하고 풀어감으로써 가교역할을 담당하는 것이 중요할 때라는 것이다. 나머지 몫은 그 속에 살아갈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것이고 그들의 엮어갈 흔적들이 공간에 다채롭게 채워지는 것이 디자인의 핵심이라는 말이다. 이제는 학습하지 않아도 될법한데 그 자신 스스로 끊임없이 연구하며 새로운 문화적 가치를 찾고 이를 공간에 적용시키고자 한다. 그 와중에 철저한 검증을 거쳐 공간에 적용하는 것도 잊지 않는다. 
 




문화코드와 접목된 실험적인 디자인
집을 만들어가는 사람들의 마음이 그러하였을 것이다. 땅의 생김새를 보고 그곳에 알맞은 공간을 짜놓기 위해 겪게 되는 부단한 시간과 노력들. 마치 한편의 드라마와 같이 진행되는 이 숨 가픈 현장스토리는 그 결과물의 감흥으로 인해 모든 과정의 고단함을 눈 녹게 만든다. 마치 성대한 공연이 끝난 후 서로 간에 느끼게 되는 끈끈한 정이라고나 할까. 청담동 한적한 주택가에 자리한 S주택은 일관된 톤으로 차분하면서도 여유로운 공간색을 펼치고 있고 소품 하나까지도 세심한 작품들로 이루어져 있어 가히 명품 전시공간이라고 할 만하다. 그것은 디자인이라는 개념에서 앞서가는 문화코드를 클라이언트의 정서에 맞추어가고자 하는

디자이너의 세심한 배려가 반영되었다고 볼 수 있다.   
클럽, 바, 가라오케 등 여러 가지 복합적인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한데 모아놓은 어바웃은 디자이너의 감수성 있는 문화코드가 유감없이 적용된 곳이다. 여러 공간이 한데 뒤섞인다는 것은 자칫 혼란스러울 수 있고 폐쇄적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디자이너의 창의성은 공간의 개폐를 통한 가변성, 전이공간을 통한 변화와 흐름의 매끄러움, 틈을 통한 호기심 유발, 선과 면의 교차와 어긋남을 통한 역동성 등으로 표출된다. 입구를 열고 들어서면 나타나는 중앙의 메인 홀에는 스테이지가 있고 은은하게 조명을 발하는 테이블이 마치 떠있는 듯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 무대를 기준으로 한쪽은 가라오케의 영역이 틀어져 배치되어 있고 다른 한쪽은 파티와 공연이 가능한 이벤트 홀과 와인바, 위스키 바 등의 소규모 공간이 자리한다. 이 두 영역들은 서로 맡은바 자신의 본분을 다하려는 듯 개성적인 색깔을 듬뿍 묻어내고 이용자들의 필요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이 가능하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일관된 색채와 조도를 맞추어가기에 여러 공간들의 뒤섞임은 차분한 표정을 담고 있는 듯하다. 각각의 공간에 엮여진 재료의 실험적 표현 역시 공간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요소들이다. 회오리를 연상시키는 뒤틀린 벽돌기둥은 공간의 역동성을 유발하고 와인 저장고 앞의 파도치는 벽면의 변화는 고전적인 와인하우스의 분위기와 잘 부합된다. 디자이너는 어바웃이 단지 유흥을 즐기는 곳만이 아니라 복합엔터테인먼트를 공유하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게 하고 있다.

그 속에서 우리는 항시 새로운 것을 추구하려는 디자이너의 고뇌를 읽을 수 있고

그러한 고뇌의 즐거운 몸부림이 있기에 우리네 공간들은 더욱 풍성해 지는 것이리라.
태국음식점 애프터 더 레인 청담점에서는 문화, 시간, 공간 그리고 아름다움과 추함이 자유롭게 서로 얽히고 섞이는 가운데 나타나는 예측불허의 즐거움을 표현하고 오랜 세월 사람과 공간이 함께 할 수 있는 디자인을 제시하고 있다. 태평양 오설록 명동점에서는 공간디자인은 물론 브랜드 컨설팅으로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도심 속 다원이라는 오설록의 이미지를 전통과 자연적 의미와 조화시키는 동시에 강렬한 녹차밭의 이미지를 파사드에 연출함으로써 도심 공간으로의 확장과 연계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와 동시에 디자이너가 직접 디자인하고 제안한 가구, 유니폼, 패키지, 도기 등은 물론 프로젝션 아티스트의 작업을 공간에 도입한 작품 그리너(Greener) 또한 디자이너의 다채로운 문화적 확장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전통에 대한 오브제의 실험적인 해석과 자연에 대한 솔직담백한 언어가 적용된 이영희 의상실과 자연을 소재로 한 서정적인 공간으로 화제를 모은 배상면주가 역시 오래 전부터 그가 추구한 자연과 인간에 대한 따뜻한 접근을 읽을 수 있다. 얼마 전 패션지 바자에서 개최한 ‘디자인을 바라보는 12가지 시선 전’, 세계도자기엑스포 '경기국제도자페어 세라믹스', 이화여대 도자페어전시, 대림미술관의 <성시완 컬렉션 40/30/20: 컬렉션 3>, 리빙디자인페어 조지나카시마 전시, 봉평 달빛극장 등은 인테리어디자인의 영역을 뛰어 넘어 전시공간, 공공디자인으로 확장되는 그의 디자인 아우라를 읽을 수 있다. 또한 가야금 연주단이 캐논 변주곡에 맞춰 브레이크 댄스를 추는 B-boy편 대림 e-편한세상 광고에도 참여하였고 나아가 생태적인 주거환경을 이미지화하라는 제안하기도 하였다.

이는  대중에게 한 발 더 친숙히 다가서는 디자이너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현재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에 아낌없이 투자하고, 자신의 삶 속에서 애정을 갖고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끝없이 병마와 싸우는 과정에서 깨우쳤듯이 디자이너는 자기 일에 애정을 갖고 자신의 일상을 훌륭히 만들어 놓는

좋은 디자이너가 되기를 바란다고 후배들에게 권유한다.
디자이너는 평생 관심을 갖고 있는 음악에 대한 열정처럼 앞으로 그림을 그리는 소박한 꿈을 꾼다. 자신을 평생 쫓아다니던 그림에 대한 기억이 끊임없이 그를 놓아주지 않는 것이다. 그림을 다시 그릴 때가 언제일지는 알지 못하지만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을 맞이한 만큼 그는 또다시 변화의 몸부림을 시도할 것이다.

평생 선만 그려도 좋다는 그의 말처럼 선 굵은 수묵화를 그릴 것이라고 넌지시 밝힌다.

자신이 만들어 놓은 디자이너 브랜드 소 갤러리를 몸담고 있는 직원들에게 물려주려는 솔직한 심성처럼

디자이너 마영범은 이제 새로운 디자인의 가치를 튼실하게 열어가고자 한다.

그것이 파격적이고 실험적인 공간으로 남게 될지, 아트의 영역과 공간이 혼재된 공간예술로 산화될지,

아니면 수묵화를 그리는 공간 디자이너로 변해갈지 조용히 관망하는 것도 재미있으리라.

이제 디자이너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간을 소우주라고 칭하며

조용히 음악에 취해 자신의 감성으로 만들어 놓은 침묵의 세계로 빠져들며 있다. 

ANN


Its own unique scent smears at any meeting with a designer. It is because everyone is lighting one? own value of attraction depending on one's own way of life. Once a range of common understanding is formed with each other in the middle of discourse, stories are told to the maximum extent and true stories pour down with no limit at all. A designer who visited with an empty note called's book of wisdom?had to calmly put down the question mark on what on earth we can find out inside during the conversation with the designer. We can rediscover an appearance of a designer just taking his or her breath in the journey of life with various experiences without a break in the calmly spoken story of the designer on the life and work.
Youngbeom Ma, a designer valued as drawing a large stroke of line with distinguished eyes in the interior design industry in our country. He has designed over 200 commercial spaces around Apgujeong-dong and Cheongdam-dong as shown in the numerous rhetoric pointing to him such as the designer who has opened the age of designers brand as well as the stronghold of design for the commercial spaces. It cannot be exaggerated to say that he has nearly led the trend of commercial spaces. It was he who has worked out with his body like an animal after entering the interior market as if he were a wild horse, as shown on his own expressions. He has shown the advanced designs in the 1980s and 1990s when it was a barren field of design in the eyes of an artist as he majored in the pure art from the beginning.
Like those phrases in the Part of Politics of the Discourses of Confucius, whether or not he entered the age of understanding the heavenly destination. His movements in design run with no barrier now show the different appearance. While it can be said that his daily routines with close access to the music and entertainment in his youth was just to connect faithfully to his works, he might want to shift to the broad areas of design with more diversifications now. He came to think hard of his own identity in the middle of feelings in which he might be controlled by the surrounding environments under the institutional circles even without him knowing such fact. It is he who knows very well the strict reality forcing him to run after, make and have lonely fight for the trends in order to survive in the fierce battle fields. Head of the Institute, Ma expresses, ?lthough I have chased after the best masterpieces and tried to make the best spaces, it seems like a feeling of emptiness when you face on the brink of a cliff after climbing on top of a mountain. It might be similar to the situation as if there is nothing to be done by an actor after the curtain is drawn at the end of Act I and Chapter III in a play. New values have been being made now through such endless questions and agonies to himself!

 

Clear and Tangy Design Conveying People
After a storm comes a calm. can talk about my architecture now that I became 50. As a saying of an architect, his design is looking at the new world over a big mountain. If you apply somewhat snobby standard of level of design maturity, he is practicing the design of the wise that is full of life conveying people and finding the right border without extravagancy. Even if you have not fully grasped the principles of the world, you can propose an appropriate space philosophy harmonized with the land and place. Even if you are drawing one picture, you get into it and submerge themselves as a designer and think about the people that will be staying in the space.
Chief Ma gives an admonition to recently popular skin architecture or surface designs. The prejudice to wrap un-beautiful to beautiful, regardless of the content if it is rotten or not, the package design that ends up in decorating the exterior, the form that only pursues the new and recognized as good, he criticizes the excessive design that stimulates the chaos with excessive decoration. The fabrication of the design too repeatedly reproduced is the crisis of the design of this century. The value of design is more enlightened when it can fulfill its own responsibilities and roles and he emphasizes that now is the time the design of self-purification should work. That might be why. He criticizes many designs that are repeated and produced rather through online information not attained from the design experiences. In the flood of information, he shuns the cyber world and persist on his music albums rather than MP3. In there, his information theory which the entropy is constantly increasing and the intention is too much scattered and only the marks without the intentions are rampaging around and these floating marks are integrated with each other to make another meaning is reflected.

 

Experimental Design Integrated with Culture Codes
The designer focuses on the fact that the style of good design is changing from recent cultural phenomenon. Recently, as the city type mini bikes are getting popular, the bike, now, has the fashion and cultural values with the thought on environment beyond the simple means of communication. Moreover, as the Fixed Bike without gears of breaks are popular among people in New York, London and Tokyo, the design culture style also stresses on the phenomenon that are close to the original form and finding efficiency. The space design also prospected that the space that enhanced the design efficiency without any superfluous will become popular for a significant while. Now, rather than designers showing the finished product, it is the time that the designers become bridges by diagnosing and solving the important core of the space. The rest is up to the people living in it and the diverse filling of the traces they link to is the key to the design. He seems that he could be done with educating but he educates himself constantly to find new cultural values and apply them into the space. And he never forgets to apply them through concrete verification.

It is important to make full investment on what you think is the most valuable presently and enjoy your life with affection. As he learned from the constant fight with disease, the designer recommend to their junior designers to become a good designer that creates their lives with affection to their lives. The designer dreams a simple dream of painting pictures as his passion to the interest of his life, music. The memory on the picture that followed him around all his life doesn'slet go of him. Even through he doesn? know when he could draw them again; he will begin the struggle of changes as he welcomed the new turning point of a new life. As his words that he is satisfied with a line, he says that he will draw a ink painting with broad lines. As his honest mind of handing over his Designer Brand SO Gallery to his employees, designer Ma, Young-beom tries to open a new design value strongly. Whether it will remain as a ground breaking and experimental space, oxidize as a space art which the area and space of art is mixed or transform into a space designer who draws ink drawing, it will be fund to watch it quietly. Now, the designer calls the space that he works in a small universe and submerges into the world of silence made of his sensibilities emerged in the music quietly.

 

Strange Showrooms 12
디자인을 바라보는 12가지 시선 _ BAZAAR Korea Exhibition

디터 람스가 1950년대 디자인한 오디오 플레이어와 라디오를 무심하게 쌓아둔 그의 작업은 넘쳐나는 새로운 디자인의 카오스적 상황으로부터 스스로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해결책은 단순한 것으로 돌아가는 것이라고 주장했던 디자인의 거장 디터 람스를 향한 경의를 표현하고 있다. 좋은 디자인이란 인간을 감동시키는 디자인이며 하이테크한 제품들이 쓸데없이 자기 존재감을 강조하는 디자인을 하던 풍조가 있지만 디터 람스는 그 존재감을 줄이고 차가운 기계조차도 굉장히 따뜻하고 가뿐하게 보일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데서 감동을 느낀다. 집안의 어떤 사물과도 잘 어울리는 넘치지 않는 디자인과 따뜻한 색감, 그리고 그 기분 좋은 조작감과 매뉴얼 없이 누구나 쉽게 조작할 수 있도록 만든 인간에 대한 배려심까지 생각하면 감동이 밀려온다. 그 기계에서 나오는 기가 막히게 좋은 소리까지 들으면 느닷없이 가슴이 뭉클해진다.


Emotional Necessity : A space with objet
정서적으로 필요한 물건, 오브제가 있는 공간 _ 세계도자엑스포 경기국제도자페어 세라믹스

공예는 시선이 머물게 하고, 가지고 싶게 만드는 물건의 집합명사이다. 우리는 이런 물건을 오브제라고 부른다. 오브제는 사용자의 공간, 생활에 스며들어 편안하고 만족스러운 환경을 조성해 주는 힘을 가지고 있다. 오브제가 있는 자신만의 공간을 갖는 것은 현대인이 휴식을 탐하는 중요한 방식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CeraMIX는 오브제가 놓인 공간의 즐거움을 느끼게 해 주는 전시이다. 현대인의 일상공간에서 클라이막스가 되기도, 쉼표가 되기도 하는 공예작품의 가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전시에는 도자를 포함한 목조, 금속, 섬유 분야의 작가 17명과 인테리어 디자이너 마영범이 참여하여 공예작품과 인테리어가 결합된 새로운 패러다임의 공간을 제시한다.
Crafts a collective noun for goods that are visually appealing and attract consumers. We refer to these goods as objet. Objet can become a part of everyday life and space of the users. Having a space of oneself furnished with the beautiful objets has become an important way of reposing oneself in modern days. CeraMIX exhibition will provide an opportunity for ceramics and other craft works as cultural consumer goods that flourish the lives of modern day people. In CeraMIX, seventeen artists in ceramics, wood, textile arts, and an interior designer have collaborated to introduce a space that presents a new paradigm in craft and interior arts.

 

 

Ewha Womens University Ceramic Exhibition
이화여자대학교 도자전시

It is important to make full investment on what you think is the most valuable presently and enjoy your life with affection. As he learned from the constant fight with disease, the designer recommend to their junior designers to become a good designer that creates their lives with affection to their lives. The designer dreams a simple dream of painting pictures as his passion to the interest of his life, music. The memory on the picture that followed him around all his life doesn'slet go of him. Even through he doesn? know when he could draw them again; he will begin the struggle of changes as he welcomed the new turning point of a new life. As his words that he is satisfied with a line, he says that he will draw a ink painting with broad lines. As his honest mind of handing over his Designer Brand SO Gallery to his employees, designer Ma, Young-beom tries to open a new design value strongly. Whether it will remain as a ground breaking and experimental space, oxidize as a space art which the area and space of art is mixed or transform into a space designer who draws ink drawing, it will be fund to watch it quietly. Now, the designer calls the space that he works in a small universe and submerges into the world of silence made of his sensibilities emerged in the music quietly.

 

 

Daelim Contemporary Art Museum : Records at an Exhibition
대림미술관 성시완 40/30/20 컬렉션3

<성시완 컬렉션 40/30/20: 컬렉션 3>는 기존의 미술품 컬렉터의 영역에서 그 범위를 확장하여, 세계적인 희귀음반 컬렉터이자, 방송인 그리고 음반사업가인 성시완의 40년에 걸친 소중한 컬렉션과 그의 삶에 집중적인 접근을 시도한 전시이다. 전시 제목 <성시완 컬렉션 40/30/20: 컬렉션 3>은 성시완의 음반수집 40년, 음악방송 30년, 음반사업 20년을 컬렉션을 통해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이며, 부제목인 ‘Records at an Exhibition’은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 ‘Pictures at an Exhibition’을 음반컬렉션으로 재해석하여 전시회에 담아내었음을 뜻한다. 하나의 음악앨범은 뮤지션의 음악적 작업을 담고 있는 매체를 뛰어넘어, 앨범커버와 어우러지면서 음악과 미술이라는 두 장르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 독자적인 예술분야라고 할 수 있다. 그러한 의미에서 이번 전시는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음반컬렉터에 의해 수집된, 예술적 차원으로 진화한 희귀음반들을 본격적으로 전시하는 국내에서의 첫 시도라고 할 수 있다. 감상자에 의해 아름다운 음악 앨범이 손수 구입되어 예술적 아우라를 발현하던 시대에서, 현대는 전자기기를 통한 구입과 감상이 이루어지는 디지털 컨텐츠 산업의 시대로 진입하였다. 또한 최근 음반시장의 불황과 개인적 사정으로 성시완 컬렉션은 여러 경로를 통해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점에서 본 전시는 성시완의 세계적인 음반컬렉션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처음이자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르겠다. 이번 전시가 아트 록(Art Rock)의 전성기이자 커버 아트(Cover Arts)의 황금시대라 일컬어지는 1960~70년대 오리지널 앨범과 다양한 희귀음반 및 영상을 만끽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길 기대하며, 확장된 영역에서의 새로운 컬렉터 탄생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란다.

 


O'ullock Renewal
오설록 리뉴얼 _ 전통과 자연이미지의 조화

새롭게 리뉴얼된 오설록 명동점은 현대적 감각과 대중성, 이미 오설록이 가지고 있던 이미지에 자연스레 전통적 의미를 조화시킴으로써 본디 오설록의 모토였던 ‘도심 속 다원’ 그 본질적 의미로 한층 다가서는 디자인을 보여준다.  
오설록은 강렬한 초록의 이미지로 시작한다. 녹차 밭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파사드의 연출. 비록 시공상의 어려움으로 디자이너가 담고 싶어했던 의미를 전부 표현해내고 있지는 않지만 차에 대한 이미지를 강하게 표출하고 있어 이 사람 많은 명동거리에서 뛰어난 흡입력을 가지게 한다. 내부로 들어서면 외부의 복잡함과는 다른 아늑한 풍경이 연출된다. 나무와 돌, 한지 등 단순한 재료들의 순수한 물성으로 그려진 공간은 전통적 다원의 편안함을 주고 있다. 특히 1층에는 티 룸이라는 차 고유의 문화가 가지는 다실을 두어 오설록이 갖춰온 대중성과 함께 전통적 차의 의미가 조화되는 모습을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2층은 1층에서 이어온 느낌을 그대로 간직함과 동시에 자연과의 교감을 보여준다. 불투명한 유리 벽 사이로 나뉘어진 홀은 2층 공간 내에서 또 하나의 내·외부를 구분 짓고 있다. 이때 외부 공간은 다실에서 바라본 정원의 이미지를 표현하는 것으로써 창 쪽 공간에 놓여진 나무 테이블들이 이 공간을 구성하고 있다.


The newly renovated O'ullock Myeongdong branch has been designed to represent its motto'stea place in downtown?more clearly through the harmony between traditional elements and O'ulloc's previous image modern sense and popularity. O'ulloc starts with the image of deep green. The facade which reminds us of green tea field. Even though it does not represent all the meanings that the designer wanted to show due to limitations of its place, it has strong attraction. The interior of this place is cozy. The place decorated with simple materials such as wood, stones, and Korean paper offers the comfort of a traditional tea house. In particular, the first floor has a tea room, a place looking like a traditional tea house, which directly demonstrates the motto of O'ulloc-harmony between popularity and tradition. The second floor not only contains the impression of the first floor but also show the communion with nature. The hall divided by opaque glass wall, divides outside from inside once again. The outside represents the image of a garden seen from the tea house and it is made of wooden tables placed along the windows.

 

 

Chunjiilga
천지일가 _ 한국적 공간구성의 접근

병산서원 만대루와 닮아있는 이곳은 공간을 들어서는 모습부터 비슷하다. 누각의 밑을 받치고 있는 나무기둥 사이를 어렵게 지나쳐 들어오면 펼쳐지는 넓직한 마당과 다시 돌아 누각 위로 올라가면 펼쳐지는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 천지일가 역시 첫 인상으로 커다란 루(褸)를 받치고 있는 여러 개의 배흘림 기둥이 묵묵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기둥 위에 놓인 루(褸)의 공간은 주방 쪽에 병풍처럼 세워진 이미지 월을 경치 삼아 시원하게 열려져 있다. 특히 실제적인 기분을 살리기 위해 투명함과 실루엣을 조화롭게 활용하여 전경, 근경, 원경의 느낌을 고루 보여주는 점이 재미있다.
누각을 지나쳐오면 햇빛을 머금은 우리네 마당처럼 천장의 광바리솔이 은은한 빛을 내비추고 있는 넓직한 중앙 홀이 들어선다. 그리고 홀을 둘레로 각각의 별채들이 자리한다. 이는 천지일가의 공간구성이 우리네 전통 건축의 구성 방식을 자연스럽게 따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공간은 나무와 돌, 종이 등 한옥을 구성하는 재료들과 댓돌, 보와 도리, 기둥 등 한옥을 해체하여 얻어진 요소들로 한국적인 느낌을 경쾌하게 표현하고 있다.


The entrance of this place, which resembles Mandaeru of Byeongsan Seowon, is also similar to that of Mandaeru. Spacious garden one can find after passing through wooden pillars supporting the tower and the beautiful scenery one can see from the tower. The first things one can find after entering Chunjiilga are entasis columns. The place above the columns seems open against the image wall placed near kitchen like a folding screen. It is interesting that the feeling of a full view, close-range view, and distant view are equally viewed through the harmonious use of transparency and silhouette. Passing the tower house, one can enter the spacious main hall surrounded by annexes. The layout of this restaurant shows that it follows the arrangement of traditional Korean architecture. This place also offers Korean sentiment with elements of a traditional Korean-style house.

 


After the Rain
애프터 더 레인 _ 자유분방한 표현의 유쾌함

고급 태국음식전문점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 애프터 더 레인의 청담점이 최근 새로운 콘셉트로 리노베이션 되었다. 클라이언트는 단지 뉴욕의 그래머시 파크 호텔(Gramercy Park Hotel)의 느낌만을 요구했다. 그래머시 파크 호텔은 화가이자 영화 ‘바스키아’의 감독이기도 한 줄리안 슈나벨(Julian Schnabel)이 인테리어를 한 곳으로 트렌드에 집착하지 않고 어떠한 굴레에도 속하지 않는 독특한 디자인으로 유명하다. 애프터 더 레인도 딱 집어 말할 수 있는 그 어떤 표현 방식에도 집착하지 않는다. 굳이 단어로 표현하자면 ‘Dissonant Harmony’, 즉 부조화의 조화라고 할 수 있다. 이는 문화, 시간, 공간 그리고 아름다움과 추함의 경계가 서로 얽히고 섞인다는 의미로 애프터 더 레인의 중요한 콘셉트다.
공간에는 스틸, 나무, 가죽 유리 등 다양한 재질들이 뒤섞이고, 보통 상점에서 쓰이기에 부담이 되는 진한 컬러가 여기저기 파격적으로 사용된다. 지금까지의 디자인에 있어서의 고정관념과 선입견은 이곳에 적용되지 않는다. 방을 정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한번쯤은 실컷 어지럽히며 희열을 느낄 수 있듯이, 애프터 더 레인의 자유분방한 표현의 독특함은 이곳을 찾는 이들에게 미처 예측하지 못한 즐거움을 준다.

Cheongdam branch of a well known high quality Thai food restaurant, After the Rain is recently renovated with a new concept. After the Rain consists of two stories of third and fourth floor. Fourth floor is the existing space where it is used as a dining lounge for enjoying drinks and meals freely with a wine cellar and Champaign bar. The new third floor will be used as a private space for various types of gatherings such as business gatherings and small scale parties. These spaces are only connected through the elevator with no interior stairs to link the two. The space uses various textures and colors freely. The space that disharmony creates breaks out of the box of existing designs through unorganization. After the Rain introduced unorganized design. With the freely scattered design without confining on any trend or format, it revives the feeling of scattering around freely rather than organizing the room.

 

Slow Food
느리게 걷기 _ 사람과 자연이 시간을 만나다

빌딩과 자동차로 들어찬 도심 한 복판. 항상 바빠 보이는 도시 한 가운데 느리게 걷는다는 문구가 유난히 눈에 띈다. 두터운 벽으로 둘러싸인 건물 사이에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무언가가 발길을 붙잡는다. 바쁜 발걸음을 멈추고 한번 더 들여다보게 되는 곳, 카페 ‘느리게 걷기’이다. 도심 속의 휴식처인 도산공원과 이웃하고 있는 ‘느리게 걷기’는 주변에 밀집되어 있는 카페보다 오히려 공원에 속해 있다. 초록으로 우거진 나무로 채워진 것은 아니지만, 여유롭게 앉았다 갈 수 있는 공간이 있고 꾸밈없는 자연의 흔적이 있다. 무엇보다도 밖을 향해 열려있는 공간은 안과 밖의 경계가 흐트러져 있다. 바깥 환경과 자연스럽게 호흡하는 공원의 연장선을 만들고자 했다는 디자이너의 말처럼, 시원하게 뚫린 공간에 균일하게 퍼지는 조명 그리고 벽면과 바닥을 감싸는 나무의 촉감은 공원 안에 있는 듯한 편안함을 그대로 전해준다. 공원을 거닐다 커피 한 잔 마시며 수다도 떨다 보면 자연스럽게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공간이다. 왜 ‘느리게 걷기’일까? 요즘 유행하는 웰빙이라는 트렌드를 부각시키기 위함이었을까, 아니면 공원에서 산책한다는 느낌을 강조하기 위함이었을까. 그 뜻이야 여러가지로 설명될 수 있겠지만, 디자이너는 ‘느리게 걷기’가 시간이 흐를수록 그 깊이와 매력을 더하는 공간이 되기를 바랬다. 시간을 붙잡거나 앞당기기 위한 페인트나 래커 같은 인공적인 가공재를 사용하지 않고 자연의 물성을 그대로 두어, 그 위에 쌓일 손때와 얼룩의 자리를 남겨두었다. 구석구석 장식하고 꾸미는 일도 시간의 흔적에게 맡기기로 했다. 오래 쓰면 쓸수록 그 매력이 더해지는 가죽지갑 같은 공간이라고나 할까. 천장의 한지가 군데군데 새로 덧붙여지고, 오동나무 벽면이 사람의 손이 닿는 부분만 반들반들해질 무렵, ‘느리게 걷기’는 디자이너와 시간 그리고 그 곳을 거쳐간 사람들이 함께 만든 공간이 되어 있을 것이다. 절친한 친구관계이자 각자의 사무실을 따로 가지고 있는 마영범과 전시형은 사람 냄새나는 만남의 공간을 만들어보자는 클라이언트의 제안에 의기투합했다. 그들 자신이 머물고 싶었던 공간을 그리고 원하던 문화를 솔직하게 공간에 털어놓았다. 오랫동안 동종업계에 머물며 함께 했던 생각이었기에, 직업상의 일이라기보다는 열정과 즐거움을 함께하는 공유의 장이었다. 사업상의 파트너십이라기보다는 같은 길을 가고 있는 사람과의 만남이었다. 욕심을 채우려 하기 보다는 사람을 위한 비움을 선택하고, 유행을 따르기 보다는 그것을 초월하는 아이콘을 선택한 두 디자이너가 만든 공간. ‘느리게 걷기’에서 느껴지는 원숙함, 차분함 그리고 따뜻함은 만들어진 의도라기 보다는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나온 연륜과 공유의 결과이다.

 


about
어바웃 _ 발견에 대한 즐거움 찾기

밤 문화가 발달된 서울은 자정이 넘어도 인적이 줄어들 줄을 모른다. 파티문화의 확산으로 늦은 밤까지 이어지는 술자리가 늘고 있는 가운데, 음주문화 또한 다양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와인바나 클럽 등 단일한 아이템을 표방하던 공간들이 파티나 이벤트를 수용하는 다목적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다. 공간의 전이와 그 사이의 공간 그리고 서로 연결된 시선과 동선은 이 공간을 다 둘러보고 빠져나올 때까지 계속된다. 아니, 한 번에는 다 알지 못하고 나가는 경우도 생긴다. 여기저기 관문을 통과하고 발을 들여봐야 하나씩 그 공간으로 이동을 할 수 있고, 그 다음에 올 때는 좀 더 익숙해진 루트를 통해 또 다른 새로운 공간을 찾게 된다. 각각의 스테이지는 철저히 다른 분위기로 변화를 강조하지만 공간을 넘나들며 하나의 조화를 이룬다. 마치 롤플레잉 게임 속으로 들어가 보물을 찾으러 가듯 흥미진진한 모험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들은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도 추면서 유흥과 휴식을 얻고자 이 곳에 찾아온다. 이런 사람들에게 새롭고 재미있는 공간은 그 즐거움을 최대한으로 올려줄 수 있다. 디자이너가 의도한 것은 바로 이 흥미로운 호기심과 재미있는 경험을 사람들에게 충족시켜주는 일이었다. 매번 올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발견하고 즐거워할 수 있는, 술의 종류에 따라 테이블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사용자에 따라 분위기와 용도가 자유자재로 바뀌는 재능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한 것이다. 한 덩어리가 아닌 조각난 덩어리들이, 그것도 각기 다른 용도와 분위기를 갖고 있는 넓은 공간이 가질 어수선함에 대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디자이너는 이미 그 점을 간파하고 동일한 계열의 색채와 조도로 조명을 계획했다. 서로 다른 마감재와 요소의 혼합이 어색하지 않음은 믹스앤매치를 즐기는 마영범의 손을 거쳤기에 굳이 말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웅장하고 화려하면서도 재미있는 일들로 가득한 다채로움이 이 공간의 매력이 되었다.


Living Design Fair Special Forum
George Nakashima + Mah Young Beom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했던 가구디자이너 조지나카시마의 소장품을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획전과 아울러 국내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인테리어 디자이너 마영범이 제안하는 조지나카시마 특별전으로, 미국활엽수수출협회(AHEC)에서 협찬하며 실용적인 트렌드 공간을 연출하였다. 조지나카시마는 작업 전 공정에서 나무의 결을 최대한 살려 자연의 미를 추구하는 가구디자이너로 유명하며, 장인정신이 투철한 건축가이자 가구디자이너로 알려져 있다. 인테리어디자이너 마영범은 우연한 기회에 조지 나카시마의 작품을 접하게 된 후로, 조지나카시마의 작품과 그의 장인정신에 심취하게 되어 이번 조지나카시마 전시부스를 디자인하였다.

 

 

Moonlight Theater
봉평 달빛 극장

 

 

안정원‧김용삼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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