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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태 교수의 전통건축 읽기 8 지붕에 숨겨진 조상들의 지혜

Learn our traditional architecture of Prof. Sangtae Kim

등록일 2021년04월06일 09시03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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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태 교수의 전통건축 읽기 6  "지붕에 숨겨져 있는 삶의 지혜"

한옥 지붕을 구성하는 천연재료인 기와와 흙, 적심, 개판, 그리고 서까래가 만든 수천 년의 경험을 통한 묘한 지혜를 엿 볼 수 있는 장면

 

서울 광화문이 고향인 필자는 15년간 도시한옥에서 살았다. 1980년대 재개발로 인해 10층의 주상복합에 살게 되었다. 한옥에 살다 아파트로의 변화된 삶은 매우 편리하고 깨끗하여 모든 가족이 만족하였다.

그러나 그 만족은 오래가지 못하였다. 뜨거운 여름은 우리 가족을 매우 당황하게 만들었다. 필자의 집은 10층이었는데, 천장 위는 옥상 슬래브로 하늘에서 내려 쬐는 뜨거운 열기를 집안으로 고스란히 전달해주었다. 이후 필자가 미륵사지석탑 해체 책임자로 익산에서 살 때도 15층의 아파트의 15층 최상층에 살았고, 박사 후 연구과정(Post Doc.)을 위한 미국에서의 생활도 100년 된 2층 목조아파트의 2층에 거주하였다.

어언 30년간의 주거지가 평 슬래브의 아파트, 그것도 최상층에 살았기에 필자는 그 뜨거운 태양의 열기를 막아줄 소년기의 한옥 경사지붕을 지독히 그리워했다. 전자산업의 걸작 중 하나인 에어컨이 뜨거운 열기를 식혀주었지만, 소시 적 뜨거운 여름에 대청에서 뒹굴며 수박을 먹었던 그 시절의 시원함을 대신할 수 없었다. 그것은 바로 한옥 지붕을 구성하는 천연재료인 기와와 흙, 적심(쓰다 남은 나무를 쌓아 서까래 개판을 눌러주는 것), 개판, 그리고 서까래가 만든 수천 년의 경험을 통한 묘한 지혜를 엿 볼 수 있는 장면이다.

 

강원도 백두대간의 산골짜기에 들어서면, 우리가 흔히 보지 못하는 여러 집들의 모습을 종종 발견하곤 한다. 지금은 한옥의 옛 모습을 복원한 여러 형태의 집들이 지어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 있지만, 20~30년 전만 하더라도 한옥은 기와집과 초가집들만 있는 줄 알고 있었다. 필자가 학부 조교시절이었던 1996년, 민속박물관에서 학예연구사로 근무하고 계신 연구실 선배의 도움을 받아, 일본에서 오신 교환교수님, 그리고 연구실 선배교수님과 함께 강원도 전통주거 답사를 떠났다. 필자는 당시 건축역사전공이 아닌 계획전공을 하고 있었던 시기였기에 단지 운전이 나의 역할이었다. 강원도 답사는 말 그대로 완전 고생길이었다. 뱀이 도망칠 때 몸을 완전히 S자로 구부려서 가듯이 대부분의 길이 운형자처럼 곡선이었는데, 고개는 어찌 그리 많은지 엔진브레이크를 사용하기 위해 기어조작을 너무나 많이 하여서 차에서 내릴 때면 다리가 후들거릴 정도였다. 거기다가 포장된 도로는 국도 정도였고, 대부분 비포장도로였으며, 좋은 집 하나를 보자 하면 동네 성황당 앞에 차를 세워놓고 20~30분을 걸어 산으로 올라가야 했다. 그런데 집 한 채를 보기위한 고생은 아름답고 신기한 화전민들의 순수 그 자체의 집을 보는 순간, 드높은 백두대간을 넘어 저 멀리 달아났다. 우리는 그 집들을 너와집, 굴피집, 그리고 겨릅집이란 이름으로 부르고 있었다.

 

너와는 네모난 소나무 판으로 기와대신 지붕을 만드는 것이다. 굴피는 참나무나 상수리나무 껍질이며, 겨릅은 대마의 줄기로 주로 깊은 산에서 마치 초가집의 이엉과 같다. 백두대간의 너와집과 굴피집, 그리고 겨릅집을 잘 살펴보면, 지붕의 형태를 팔작으로 만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팔작집을 잘 살펴보면, 지붕 양 옆으로 합각이라는 삼각형태의 합판을 볼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너와집을 비롯한 화전민들의 지붕은 그 합각을 막지 않고 구멍을 그대로 노출시킨다. 그 구멍을 까치구멍이라고 한다. 까치가 자신들의 집을 만들기 위해 드나들 수 있는 구멍이라서 까치집이라고 했을 까? 마치 까치집 같이 둥글게 생겨서 까치집이라고 하진 않았을 까? 그 까치구멍은 특별한 기능을 가지고 있다. 산간지방의 화전민들의 집은 겨울에 특히 민감하다. 눈이 너무 많이 내려 한 겨울에는 집전체가 눈에 덮여 잘 보이지 않을 정도이다. 눈의 무게가 상당하기 때문에 집 바깥으로 나가는 것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러기에 산간지방의 집들은 눈이 오면 모든 생활을 집안에서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집안에 봉당이라는 마당이 생기고, 외양간도 집 내부에 있으며, 불이 귀하여 벽 모서리에 코쿨이라는 화로가 생겼으며, 방 또한 집안에 3~4개를 겹치게 만들어 사용한다.

 

산간지방의 집들은 추운지방의 특징인 정주를 넓게 만들어 사용하는데, 음식을 만들자면 연기가 집안 가득하게 차게 된다. 이때 까치구멍은 자신의 존재가치를 실현할 역할을 맡게 된다. 연기가 지붕 끝에 있는 까치구멍을 통해 빠져나가 실내를 쾌적하게 만들어 주기 때문이다. 너와와 굴피 또한 까치구멍과 같은 역할을 수행한다. 너와와 너와사이, 굴피와 굴피사이는 기와나 이엉과 같이 촘촘하지 않아 서로 떠있는 모습을 보인다. 그 사이로 연기가 집 바깥으로 나가게 된다. 까치구멍과 너와, 굴피는 여름에도 자신의 역할을 톡톡히 수행한다. 더운 여름 열기는 실내의 상부로 모이게 된다. 상부에 모인 더운 열기는 지붕 양 옆으로 뚫린 까치구멍과 너와, 굴피 사이로 들어온 바람의 영향으로 집 바깥으로 빠져나가게 된다. 공기의 흐름, 즉 대류현상을 잘 이해했던 우리 선조들의 지혜가 담긴 경우라 할 수 있다.

 

게다가 너와와 굴피는 기와와 이엉 같이 한번 사용하고 버리는 지붕재료가 아니다. 산간지방의 이들 재료는 1년간 지붕재료로 사용하다, 새로운 부재로 갈아 끼운 후 땔감으로 사용한다. 진정 친환경적인 재사용 사례라 할 수 있다. 여기서 척박한 산간지방에서 살아가고자 하는 화전민들의 대단한 지혜와 노력이 깃든 건축법을 경험하게 된다.

 

근래 많은 국민들이 힐링을 위한 전원주택을 짓고 싶어 한다. 대부분의 전원주택은 서양식 형태로 비슷한 모습의 편안함을 추구하는 건축을 선호한다. 그러나 너와나 굴피로 된 나무집을 전원주택으로 하면 어떨까? 비록 매년 지붕을 갈아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아침마다 까치가 방문하여 둥지를 만들어 귀찮고 시끄럽지만, 내손으로 직접 가꾸는 재미가 있고, 매년 땔감 걱정이 필요 없는, 자연과 함께하여 진정한 친환경 인증마크가 무색할 정도의 친환경적인 너와∙굴피집이야 말로 진정한 힐링을 위한 건강주택이 아닐까? ANN

 

김상태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축학과 교수 학과장

 

김상태 Sangtae Kim 필자는 현재 한국전통문화대학교 전통건축학과 교수로 몸담고 있다. 홍익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와 박사를 받았다. 미국 UCLA International Institute, Center for Korean Studies에서 POST DOC. 연구 과정을 밟았다. 주요 논저로는 신라시대 가람의 구성 원리와 밀교적 상관관계 연구, 7ㆍ8세기 동아시아 2탑식가람의 생성과 전개에 관한 연구, 노인행태와 주거설계기법에 관한 연구 외 다수가 있다. www.archiskim.com

안정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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