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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으로 지은 집, 바람으로 지은 책’ 김홍신문학관(Kim Hongshin House, A House built with Baram, A Book written with Baram)

김홍신 작가의 문학정신을 새롭게 조명하고 지역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휴머니즘의 바람’이 머무는 곳… 자연의 빛과 바람을 수직과 ...

등록일 2020년01월19일 15시36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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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으로 지은 집, 바람으로 지은 책’ 김홍신문학관(Kim Hongshin House, A House built with Baram, A Book written with Baram)

 

김홍신 작가의 문학정신을 새롭게 조명하고 지역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한 ‘휴머니즘의 바람’이 머무는 곳… 자연의 빛과 바람을 수직과 수평으로 유기적으로 엮어낸 작가의 작품 세계와 바람의 정신을 오롯이 담아낸 합리적이고 기능적인 창작과 교류의 공간



김홍신문학관은 충남 논산의 내동 반야산 남쪽 끝자락에 들어선 거주가 가능한 집필관과 문학관의 용도로 지어진 특별한 건물이다. 건물이 위치한 곳은 건양대학교와 전용주거지역, 관촉도시자연공원이 면해 있으며 자연과 도시의 접점지로 용도에 따라 크게 2개의 영역으로 구분되어 지어졌다.



 

“훗날 육신의 땅이자 영혼을 물려받은 논산에 얽힌 이야기와 중원을 무대로 한 소설을 쓰고 싶다”는 작가 김홍신의 평소 소망이 고향 후배 아이디앤플래닝그룹㈜ 남상원 회장의 기부를 통해 구현된 것이다. 김홍신 이름의 첫 글자 ‘홍’자와 남상원 이름의 첫 글자 ‘상’자를 딴 홍상문화재단이 건축주로 만들어낸 김홍신문학관은 우리에게 국내 최초의 베스트셀러 ‘인간시장’으로 잘 알려진 김홍신 작가의 문학정신을 조명하고 지역의 문화예술 활성화를 위해 건립한 문화공간이다. 연면적 1,039.83㎡, 지하 1층, 지상 3층 규모의 문학관은 작가의 집필실과 주거 공간을 비롯해 내부에는 창작 공간, 상설·기획·특별전시실, 문학전망대, 열린 극장 등을 두루 갖추고 있다.



 

설계를 맡은 예촌건축은 김홍신 작가의 대중적인 이미지와 걸맞은 편리한 접근성과 문학관이라는 프로그램적 특수성 고려하여 대지와 어우러지는 효과적인 건축을 만들어갔다. 당초 계획 대지는 총 8개 필지로 건축가는 그 중 5개 필지는 문학관으로 기능에 맞게 수직으로 중첩된 다채로운 볼륨을 쌓아 만들고, 그 옆의 북측 3개 필지는 주변 환경과 용도와 어우러진 나지막한 집필관으로 구성된다. 전체적으로 주거지역과 면한 지리적 특성 안에서 높지 않은 친근한 매스로 지은 것으로, 집필관과 문학관은 서로 8m 도로를 사이에 두고 정답게 마주보고 있다.



 

자연 녹지와 마주한 북측의 집필관은 김홍신 작가의 집필을 위한 거주공간이다.“전통 한옥의 마당 개념을 끌어들여 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여, 매스들을 분절시키고 각각의 매스들은 방, 루 등의 전통적 공간의 형태를 구성했어요.” 설계를 총괄한 예촌건축의 안주호 대표건축가의 말처럼 집필관은 긴 직방형의 대지에 걸맞게 대지 경계를 따라 구획된 날 것 같은 순수한 노출콘크리트 벽을 따라 희고 검은 다채로운 매스의 볼륨이 흡사 춤을 추는 듯 리듬감 있게 전개된다.



 

그 옆에 정겹게 들어선 정방형 매스의 흰 집, 문학관은 작가의 대표작 중 하나인 ‘바람으로 지은 책’이라는 표제어 “사랑과 용서로 짠 그물에는 바람도 걸린다”라는 글귀를 모티브 삼아 안정적으로 건축한 것이다. “각 출입구에 면한 4개의 외부 공간과 건물 한 가운데의 중정이 매스의 요철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단순하고 간결한 구성을 추구하지만, 다양한 내외부적 경험을 선사합니다.” 안주호 건축가는 “매스와 틈으로 공간을 구성하고자 했으며, 대지의 레벨차로 인해 1층의 공간이 두 개의 레벨로 조성되었고, 구분된 두 공간을 잇는 경사로는 발의 감각에 의해서 공간의 전이를 느끼는 것을 극대화하는 장치가 된다”고 설계의도를 밝힌다.

마치 흰 백지 위에 다양한 등장인물의 드라마틱한 인생사를 써내려간 흥미진진한 소설처럼 볼륨감 있는 흰 매스는 중정과 코어를 중심으로 적절한 순환동선을 만들어낸다. 이를 통해 짜임새 있는 공간은 전시 관람에 최소한의 질서를 부여하고, 적재적소에 설치된 보이드와 외부공간들은 문학관 산책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준다. 문학관으로 들어서면 김홍신 작가의 호를 따서 만들어진 카페가 편안하게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어 중정을 중심으로 작가의 공간, 주옥같은 작품이 수직 동선을 따라 차분히 펼쳐지면서 내부와 외부가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작가의 공간으로 계획된 1층은 소설 난장판과 인간시장을 중심으로 연출한 ‘작은 원형극장’과 작가의 삶과 작품 활동을 엿볼 수 있는 ‘작가 일대기’, 작가의 집필 공간인 ‘작가의 방’을 비롯해 작가 저서 216권 전시 및 서적과 기념품 판매하는 북카페, 존크로스오버시대에 소설 인간시장이 걸어온 길, 모루작가 김홍신의 호, 대장간 받침쇠 ‘모루’, 바람을 담은 작품과 평론의 창문 타이포, 카페모루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작품의 공간인 2층에는 작가의 대표 작품인 ‘대발해’를 주제로 한 작품 영상 및 육필원고 전시 공간인 ‘대발해관’, 주제전을 선보이는 키네틱 아트 미디어 영상 ‘주제영상관’, 바람을 아로새기는 ‘작가의 흔적’, 바람을 담은 작품과 평론의 창문 타이포인 ‘바람의 글’, 기사, 인터뷰, 평론, 에세이, 칼럼, 사진, 영상을 볼 수 있는 ‘아카이브’로 꾸며져 있다.


 

지하층에 마련된 다목적 공간은 평소에는 작가의 대표 소설인 ‘인간시장’을 영화화한 영화 인간시장을 상영하는 극장이다. 정기적으로는 역사 관련 영화 상영과 작가와의 대화 등 시민들과 함께하는 다용도의 열린 공간으로 십분 활용된다. 3층의 전망관은 세미나실, 시민들의 문화예술 전시공간으로 사용되는 다양한 계층의 방문객을 위한 참여의 공간으로 작품 속의 주요 장소와 소리를 감상하는 문학전망대인 ‘문학전망’과 관람객의 ‘추억, 한 바람’ 원고지의 열린 아카이브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전망관과 상영관은 대관이 가능하며 내부에는 1층 전시관을 품고 있는 모양새다. 2개 층을 폭넓게 아우르며 보이드를 축으로 공간을 채우고 있는 설치물인 ‘어스웜(earthworm, 지렁이)’은 작가의 저서 전체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장으로 문학관 공간을 윤기 나게 만들어준다.

 

“모든 과정이 좋았어요. 홍상문화재단 이사장인 건축주(김홍신)는 아주 작은 부분이라도 도면대로 시공되지 않으면 재시공을 직접 요구할 만큼 아주 협조적이었고, 무엇보다 건축가를 믿어주어 내내 즐겁게 설계했습니다.” 건축주의 적극적인 협조를 기반으로 설계가 진행되었고 모든 과정이 좋은 건축을 만들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고 안주호 건축가는 표현한다. 하지만 “전시기획팀이 프로젝트 초기부터 합류하여 콘텐츠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면, 공간을 비우는 일도, 채우는 일도 보다 명확한 의도를 가지고 설계할 수 있었을 것이다”는 아쉬움을 토로한다.


 

“소설가는 남의 잉크병의 잉크를 찍어쓰는 사람이 아니다. 내 몸 속의 피를 찍어 내 목소리를 낭자하게 남겨두려는 몸부림으로 내 자신을 학대하며 살아왔다. 나는 작가적 양심을 결코 포기할 생각이 없다.” <소설문학 1988년 9월호 김홍신>

벽면에 새겨져 있는 글귀처럼 문학관 아카이브 공간에는 작가의 육필원고와 평론, 에세이, 칼럼, 인터뷰, 기사, 사진, 영상 등 5,000여 개의 기록을 전시한다. 지난 2019년 6월 열린 개관식에서 김홍신 작가는 “사람을 기쁘게 하고 세상에 보탬이 되라는 하늘의 명령으로 알고 정진하고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작가의 의미심장한 말처럼 김홍신 문학관은 ‘바람’으로 표상할 수 있는 우리 시대에 걸출한 작품을 남긴 인간 김홍신의 삶과 작품세계를 미디어 영상과 설치를 통해 엿볼 수 있는 아카이브 공간이자, 도서관(library), 기록관(archives), 박물관(museum)이 결합된 리비키움(larchiveum)으로 튼실하게 자리 잡고 있다. 그리 크지 않지만 낮고 겸허한 자세로 평소 “문학은 영혼의 상처를 향기로 바꾸는 가장 아름다운 행위”라고 말하는 작가의 문학 세계를 문학적 향기로 짙게 담아내고자 한 것이다.

작가의 집필실 재현, 예술 영상, 작품 속의 장소와 소리, 문장으로 표현된 공간은 단순히 작가의 기록의 표상을 넘어 작가가 그리는 따뜻한 ‘휴머니즘의 바람’의 온기를 느낄 수 있는 장소가 되는 셈이다. 자연의 빛과 바람을 수직과 수평으로 유기적으로 엮어낸 작가의 작품 세계와 바람의 정신을 오롯이 담아낸 것이다. 기능과 합리성을 머금은 잘 짜인 공간에서 다채로운 기획 전시와 교육, 체험 프로그램이 풍부하게 펼쳐지고, 그 속에서 작가가 유년시절을 보낸 기억의 흔적은 ‘또 다른 문학적 바람’이 되어 시민과 적극 교감하고 지역 사회를 빛나게 하는 소중한 인문학적 에너지로 작용할 것이다. ANN

안정원‧김용삼 편집자

안주호 ㈜예촌건축건축사사무소 대표건축가

자료_ 예촌건축, 이상진 예촌건축 설계PM, 사진_ 예촌건축 한성덕



예촌건축 안주호 대표건축가

 

설계총괄 : 안주호(Ahn Ju Ho)/ 예촌건축건축사사무소, 설계담당 : 예촌건축/ 이상진, 건축주 : (재)홍상문화재단(이사장 김홍신), 시공사 : 팔정종합건설, 구조 : 라임구조, 전기 : 대경기술단, 설비 : 대경기술단, 위치 : 충청남도 논산시 중앙로 146-23, 용도 : 문화 및 집회시설, 제1종근린생활시설, 대지면적 : 1150.6㎡, 건축면적 : 403.58㎡, 연면적 : 1039.83㎡ , 규모 : 지하 1층, 지상 3층, 구조 방식 : 철근콘크리트조, 마감 : 모노코트

 

>>안주호(Ahn Ju Ho) 건축사는 한양대학교 도시개발/경영교통학과 박사 학위, 경희대학교 대학원 건축공학과 석사학위, 연세대학교 제4기 부동산개발 전문가 과정 수료했으며, 고려대학교 정책대학원 6기를 수료했다. 주요 수상 경력으로는 2018년도 건축기술부문 국토교통부 장관상, 2018년도 한국철도 시설공단상, 2018년도 스마트건설 대상/설계디자인, 2016년도 산업부 장관 표창(그랑서울 친환경기술), 현대패밀리월드 G7 안양시 건축문화상 금상을 수상했다. 아시아-태평양(APEC)건축사, 대한건축사협회 등록 건축사이며 서울시 강남구청 건축심의위원 역임, 경희대학교 건축공학과 설계 강사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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