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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낭만적이지 않은 10월의 마지막 날

등록일 2019년10월31일 11시55분 URL복사 기사스크랩 프린트하기 이메일문의 쪽지신고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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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낭만적이지 않은 10월의 마지막 날

 

 

 

 

해마다 이맘때면 마음이 가라앉는 두 가지 아픈 기억이 있다.

그날은 대지가 자신의 온기를 조금씩 덜어내려는 듯 제법 싸늘해지던 날이었다. 평소대로라면 나뭇잎이 떨어지고 운치 있는 날일 텐데 스산하기만 했다. 차가워진 바람에 잔잔히 비도 내려 유난히 춥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갑자기 찾아온 이별은 내가 가장 사랑하던 사람들을 이내 돌아오지 못하는 먼 곳으로 데려가 버렸다.

나에게 어떠한 준비의 시간도 허락하지 않고 찾아온 느닷없는 이별 탓에 극심한 고통의 시간이었다. 훌쩍 떠나버린 소중한 어머니와 단짝 같았던 친구를 가슴속에 간직하며 떠나보낸 시간은 참으로 힘겨운 나날들이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날씨가 선선해져 가을비가 내리고 은행잎이 흩뿌려지는 이때가 되면 저 멀리 떠나보낸 사람에 대한 기억이 아프게 다가온다. 이제 조금은 편안해졌지만 그래도 당시를 회상하는 것은 여전히 나에겐 아쉬움과 고통이다.

 

얼마 전 갑작스럽게 세상을 등진 배우 김주혁 역시 갑자기 추워지기 시작한 날에 벌어진 사고였다. 한 배우의 떠남에 대해 많은 사람이 안타깝게 생각한 것은 원인을 알 수 없는 불의의 교통사고 탓도 있겠지만, 평소 겸손하고 타인을 배려하는 따뜻한 그의 본심이 다시 회자되었기 때문이다.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한 배우의 인생살이가 그가 살아생전보다 죽은 이후에 더 재평가되는 것이 의아스럽기도 하지만, 그의 진정성 있는 삶과 20여 년 연기 인생이 제대로 알려졌기에 그나마 다행스러운 일이다.

 

수많은 대표작과 방송 출연이 말해주듯 우리도 모르던 사이에 배우 김주혁은 나름대로 삶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아낌없이 보여주고 있었다. 때론 친한 친구나 형과도 같이, 때로는 옆집 오빠나 이웃집 아들처럼 늘 우리 곁에 있었지만, 너무 튀지 않게 행동한 탓에 우리 스스로 그 소중함을 잘 몰랐던 탓이리라.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 영화 공조를 통해 생애 첫 남우조연상은 배우 김주혁의 마지막 선물이 되었다.

“비록 당신의 팬은 아니었지만 20여년 간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오가며 보여준 연기 인생과 당신의 따뜻한 삶의 모습에 많이 감동하고 있어요.”

날씨가 써늘해지는 계절이 시작될 때면 누군가도 나처럼 먼저 가버린 사람을 그리워할 것이다. 그 아픔의 순간은 잊을 수도 없고 잊히지도 않는 기억이기에 스스로 감내하며 이겨내야 한다.

 

기온의 급변으로 심혈관 질환이 있는 사람들의 조심성을 전하는 저녁 뉴스를 들으며 많은 생각에 잠겨본다. 기온의 변화에 신체가 못이긴 탓일까? 어느새 우리 주변에는 하나둘 연기처럼 사라져가는 사람들이 생기곤 한다. 애통하고 아쉽기도 하고, 못내 허전함이 밀려오기도 한다. 모든 사람이 세상에 온 순서는 있지만, 가는 시간은 정해져 있지 않기에 모두 건강 잘 챙기길 바랍니다.

잘 가요! 구탱이형! 당신이 그랬듯이 오늘도 내일도 열심히 살아가야겠지요.

 

비비안 안 발행인 겸 대표이사

 

 

안정원 기자 이기자의 다른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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